EXHIBITION LIFE

  1. 일정
  2. 후기

서울 전시회 <내 이름은 빨강머리 앤> 후기

2020.03.14

호뎡이랑 <내 이름은 빨강머리 앤> 전시회를 갔다 왔다! ​
원래 <빨강 머리 앤> 이란 작품에 대해서는 잘 몰랐었는데 호뎡이가 전시회를 같이 가자고 해서 성급히 넷플릭스의 <빨강 머리 앤>을 시청했다. 넷플릭스의 이 프로그램이 유명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딱히 끌리지가 않아서 지금까지 보고 있지 않았었는데..... 너무 재밌다....!!! 시청하기 전의 이 작품에 대한 내 생각의 그냥 잔잔한 시골마을에서의 빨강 머리 앤의 일상이었는데 전혀 잔잔하지? 않고 흥미로운 사건들이 넘쳐나는 활기찬 드라마 였다. 그리고 주인공인 앤과 주변 인물들이 너무 매력 덩어리여서 푹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전시 전에 넷플릭스로 인해 기대를 쭉 올리고 전시장에 갔다. ​ 위치는 서울숲 갤러리아포레 지하 1층. 서울숲역에서 4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있다.

우리는 네이버에서 미리 티켓을 사놓았기 때문에 인당 12000원으로 관람할 수 있었다. 코로나때문에 사람이 진짜 없을 줄 알았지만 왠걸.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래도 코로나 사태 전보다는 없는 것 같다. 생각해보니까 이날 토요일 + 화이트데이 여서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무료로 짐을 맡길 수 있는 락커가 있고 전시장에 한번 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 없다. 전시장이 생각보다 넓고 안에 화장실이 없어서 미리 갔다오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나는 전시장이 따뜻할 줄 알고 겉옷을 다 넣고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추워서 힘들었다. 얇은 겉 옷은 필수다ㅎㅎ ​ 전시장에 들어가면 Prologue - Chapter1~9 - Epilogue 로 쭉 이어지는 흥미진진하고 기나긴 여정이 준비되어 있다. 우리는 천천히 음미하면서 다녀서 다보는데 두시간이나 걸렸다. 밀리의 서재에 전소민 배우의 도슨트가 있다길래 미리 다운받고 갔는데, 전시장 안에도 읽을거리가 너무 많아서 결국 듣지는 못했다. 집에와서 들어보니까 도슨트에는 전시회에 있는 작품에 대한 각 작가의 설명들이 간략하게 있었다. 전시회에서는 <빨강머리 앤> 원작의 스토리에 관한 설명이 주로 있었다.

전시회를 보면서 새롭게 알게 된 점은, 원작의 이름은 우리가 알고 있는 <빨강머리 앤> 이 아니라 , 즉 초록 지붕의 앤이란 뜻을 담고 있었다. 또한 작가인 루시 M. 몽고메리의 삶이 앤과 연관성이 있다는 점도 재미있었다. 일종의 자서전의 의미를 담은 소설을 쓴 것 같다. 배경이 캐나다인 것도 색다르게 다가왔다.

"네 모든 낭만을 포기하지는 말아라, 앤. 조금은 낭만적인 게 좋아. 물론 너무 지나치지 않다면 말야. 조금은 간직하도록 해라, 앤. 조금은 말야"

왠지 모르게 전시회에서 제일 좋았던 구절. 나도 앤처럼 낭만적이게 살고 싶다. 사소한 것에 감사하고, 조그마한 것에도 이름을 붙여주는 애정을 갖고, 나만의 상상에 푹 빠질 수 있는 그런 낭만말이다. 앤처럼 살면 삶의 하루하루가 정말 소중해 질 것 같다. 시작은 사소해도 되니까 나는 우리집에 오는 나무 길? 의 이름부터 붙여봤다. 마담 앙뚜아의 정원! 멋진 거 같다ㅎ 호뎡이가 준 마리모의 이름은 마리몽이다. ​ 내 컴플렉스를 쓰고 지우는 공간도 있었는데, 나름의 의미가 있지 않았나 싶다.

"거창한 생각은 거창한 단어로 표현해야 하듯 말이죠"

이 구절도 좋았다. 요즘 의식적으로 완전, 매우, 정말 이런 부사를 안 쓸려고 노력하는데 무의식적으로 계속해서 나와서 내가 말주변이 없는게 맞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독서/독서모임/경험 등을 열심히 해서 내 생각을 좋은 단어들로 표현하고 싶어진다.

​ ​

전시회 끝에는 역시나 빠질 수 없는 아트샵이 있다. 아기자기하고 귀엽고 깜찍한 기념품들이 많았지만, 돈이 없는 관계로 딱 하나만 샀다. 바로 7000원의 거금을 준 앤 뱃지!! 진짜 깜찍 그 자체여서 안 살 수가 없었다. 앤 뱃지는 그대로 내 에코백에 안착ㅎㅎ

전반적으로 전시의 길이도 길고 빨강머리 앤 원작, 애니, 넷플렉스 등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안좋아 할 수 없는 전시이다. 각 chapter의 방마다 작품의 분위기가 너무 상이해 다음에는 어떤 방이 등장할까 기대하는 재미도 솔솔했다. 빨강머리 앤의 작품 속 세계에 들어온 것만 같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사진 찍을 스팟도 꽤 있다. 춥지만 않았으면 완벽했을 텐데ㅠㅠ